퍼엉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퍼엉 작가님이 이번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그림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대학교에서 겪은 고민들, 그리고 '퍼엉'이라는 이름의 유래까지. 이 셀프 인터뷰를 통해 작가님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 보세요.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퍼엉입니다. 본명은 박다미이고, 1992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저는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인데, 어릴 때는 더 말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말보다는 그림이 더 쉬웠어요. 그림을 그릴 때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차분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정말 좋았죠. 움직임이 적은 아이였기 때문에 움직이는 그림, 즉 애니메이션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게 되었고요. 하지만 학교 생활이 항상 즐겁기만 했던 건 아니었어요.

저는 제 그림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수님이 주신 과제는 뭐든 열심히 했어요. 그리라고 하면 그리고, 생각하라고 하면 생각했죠. 무리한 외주도 거절 못하고 다 받아서 밤새워 그림을 그리곤 했어요. 그렇게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점점 지쳐갔고, 결국 제가 그렇게 좋아했던 그림을 미워하게 되었어요. 그림을 싫어하게 되니 세상이 색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하루에 한 장이라도 나를 위한 그림을 그리자고 결심했죠. 나를 위한 그림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웠어요. 아늑한 공간, 사랑 이야기, 고양이들. 그렇게 '작은 사랑의 순간들'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이 시리즈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디지털 드로잉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처음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본 건 중학교 2학년쯤이었어요. 어떻게 태블릿을 얻게 됐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때부터 친구들이랑 같이 정말 재미있게 그림을 그렸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사용했는데, 어느 순간 고장이 났어요. 그런데 참 애매하게 고장 나서, 그림은 못 그리는데 색칠은 가능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종이에 그리고, 태블릿으로 색칠하는 방식으로 작업했죠. 좋은 태블릿을 새로 산 이후에도 그 방식이 익숙해서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지금은 제 작업의 특징이 되었고, 연필 선의 감성을 잘 살리는 스타일이 되었어요.

좋아하는 취미가 있으신가요?

게임을 좋아해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밖에 잘 나가지 않게 되면서, 일할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게임을 하며 보냈던 것 같아요. 예전엔 '몬스터 헌터'를 즐겼고, 요즘은 스팀 게임들을 하고 있어요.

'퍼엉'이라는 이름의 뜻은?

'퍼엉'은 한국어에서 무언가 터질 때 나는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예요. 사실 큰 의미는 없고, 언제부터 이 이름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요. 처음엔 "PUNG"이라는 이름으로 ID를 만들려 했는데 이미 존재하는 이름이더라고요. 그래서 별 생각 없이 U를 여러 개 붙여서 만들었어요. 이렇게 오래 쓸 줄 알았으면 좀 더 신중하게 지었을 텐데요. 그래도 이 발음이 귀엽고 마음에 들어요. 단어의 의미보다도 그 소리가 주는 분위기가 좋아요. 외국인들이 귀엽게 발음해주는 것도 정감 있고요.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애착이 많이 생겼어요.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무엇을 그릴지 생각할 때 배경 자료를 먼저 찾아봐요. 예전엔 건축 책이나 인테리어 잡지를 많이 봤고, 요즘은 인터넷이나 핀터레스트에서 자료를 많이 찾아요. 저는 공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공간에 캐릭터가 있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지니까요. 예를 들어 욕실에 있을 때와 카페에 있을 때 캐릭터의 행동이 다르잖아요. 캐릭터가 그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면서 그림을 그려요.

또 일상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저는 단순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감동하는 사람이에요. 초콜릿을 먹거나, 예쁜 달을 바라보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순간처럼요. 그런 소소한 행복에서 영감을 받아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일들, 친구나 가족의 경험도 제 그림 속에 들어 있어요.

캐릭터들은 실제 연애에서 영감을 받았나요?

제 작품 속 캐릭터들은 모두 가상의 인물이에요. 하지만 주인공들인 D, M, 그리고 가필드는 제 모습을 많이 닮았어요. M의 순수하고 장난기 많은 면, D의 다정함, 가필드의 게으름까지 — 다 제 모습이에요. 그래서 D는 제 이름 다미의 D, M은 그냥 어울리는 이니셜로 지었어요.

직업 설정도 단순히 제가 흥미를 가졌던 분야에서 따온 거예요. M은 건축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D는 과학자 친구와 과학 유튜버의 조언을 통해 만들었어요. B와 E도 D를 만들면서 함께 설정된 캐릭터들이에요.

D와 M을 통해 아늑하고 사랑스러운 커플의 일상을 그리고 싶었어요. F와 P는 첫사랑의 설렘을, E와 B는 오랜 친구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그리고 싶었고요. 많은 분들이 제 작업이 제 실제 연애라고 생각하시지만, 사실 저는 아직 결혼도 안 했고, 그림 속 멋진 집도 없어요. 배경은 대부분 상상으로 만들어낸 거예요.

어떤 툴을 사용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시나요?

포토샵, TVPaint, 애프터 이펙트, 프로툴스를 사용해요. 먼저 연필로 배경을 종이에 스케치하고, 스캔해서 포토샵으로 색을 입혀요. 애니메이션 작업과 추가 색칠은 TVPaint에서 하고요. 효과음은 프로툴스로 작업하고, 마지막 편집은 애프터 이펙트에서 마무리해요. 사용하는 장비는 와콤 신티크고, 가끔 아이패드의 프로크리에이트로도 작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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