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하는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 파문 하나 없는 아침의 풀장에서 발로 벽을 살짝 찰 때의 감촉, 겨울밤에 부스럭부스럭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존재. 이렇듯 행복의 정수는 작지만 확실한 것(小確幸)에 있다고 소설가는 말한다. 일러스트레이터 퍼엉의 그림책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는 연인과 함께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순간들로 가득하다. 함께 책을 읽고, 요리를 하고, 산책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그림의 소재다. 간간이 등장하는 길고양이 가필드와 작은 새 짹짹이를 제외하고 그림 속에 담기는 인물은 오로지 연인뿐이다. 그림체는 그림의 사연만큼이나 소박하다. 투박한 연필선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밝고 다채로운 색채들은 시공간의 아늑함을 표현한다. 그림 곁에는 닭살스러울 정도로 꾸밈없는 사랑의 언어들이 함께한다. “뽀뽀: 그 어떤 것보다 효과 좋은 피로 회복제예요!” “자꾸만 안고 싶은 걸 어떡해요. 사랑스러운 당신.” ‘퍼엉’이란 작가의 독특한 필명은 그림을 보는 동안 마음속에서 따뜻한 사랑의 감정이 퍼엉 터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것이라고. 페이지를 한장씩 넘기다보면 작가의 소박한 바람이 실현되는 듯하다.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는 퍼엉이 매주 화·금 ‘Love is…’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과 콘텐츠 플랫폼 그라폴리오 페이지에 연재하던 그림과 글을 묶은 책이다. 사춘기 전부터 그림을 그리고 애니메이션학과에 진학하며 평생 “무작정 열심히 그리는” 것에만 익숙하던 작가는 “어느 날 문득, 나를 위한 그림은 한장도 그리지 않”고 있었단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하루에 한장이라도 좋아하는 것들을 그리기로 결심하면서 연재를 시작한다. 그림마다 새겨진 QR코드는 해당 그림이 연재된 페이지로 연결된다. 책의 서두에 소개된 각종 SNS 페이지에서도 독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작가의 마음이 전해진다. 가장 보편적인 정서 ‘사랑’을 매개로 하는 퍼엉의 그림은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순간들

누구에게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는 ‘사랑’이고 그 ‘사랑’은 소소한 일상에서 스치듯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런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의미들을 찾아서 옮겨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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